TSMC ‘세상을 설계하지 않아도 지배하는 기업’

TSMC

반도체 설계자가 아닌 제조자가 기술의 중심이 되기까지

 

대만 신주(新竹, Hsinchu). TSMC의 본사가 자리 잡은 이 작은 도시는, 지금의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실질적인 수도’로 불린다.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줄여서 TSMC.
직접 칩을 설계하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혁신이 이 기업의 공장을 거쳐 만들어진다.

 

1. 파운드리 모델의 시작

1987년, TSMC는 모리스 창(Morris Chang)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의 생각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제조를 분리할 수 있다.”

그때까지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스스로 수행했다(예: 인텔).
하지만 TSMC는 설계(Design)는 고객이 맡고, 생산(Manufacturing)은 자신이 맡는 순수 파운드리(Pure Foundry) 모델을 제시했다. 이 결정이 곧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2.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시장조사기관 TrendForce에 따르면, 2024년 기준 TSMC의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약 61%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약 12%)와 인텔(약 5%)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즉, 지금 만들어지는 첨단 칩 10개 중 6개는 TSMC의 생산라인에서 태어난다.

2024년 TSMC의 매출은 약 NT$2.27 trillion (약 700억 달러),
순이익은 NT$867 billion (약 270억 달러)로 집계됐다.

 

3. 기술력, 3 나노, 그리고 2 나노로

TSMC는 기술 공정 미세화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
2023년 하반기에 3 나노(N3) 공정을 양산했고, 2025년 중반에는 2 나노(N2)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사용하는 핵심 생산 기반이 된다.

공식 발표에서 TSMC는 이렇게 말했다.

“N2 technology will be our most advanced node ever, delivering significant performance and energy efficiency gains.”
(N2 기술은 지금까지 우리가 개발한 공정 중 가장 진보된 노드로, 성능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큰 향상을 제공할 것이다.)

4. 지정학의 한가운데서

TSMC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존재는 경제뿐 아니라 지정학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안보를 이유로, TSMC에 미국 내 생산시설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TSMC는 애리조나 피닉스에 총 3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5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대만해협의 긴장은 TSMC의 생산 거점을 둘러싼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2024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TSMC is the world’s most geopolitically important company.”
(“TSMC의 존재 자체가 세계 정치·경제의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5. 공급망의 심장, 세계가 의존하는 이유

TSMC는 단순히 ‘생산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 기술 기업들의 생태계의 심장이다.

  • 애플 → iPhone의 A시리즈 칩
  • 엔비디아 → AI GPU 칩
  • AMD → 데스크톱 및 서버 CPU
  • 퀄컴 → 모바일 AP

이 모든 칩이 TSMC의 공장을 거쳐 세상으로 나온다.
TSMC가 멈추면, 아이폰도, 클라우드도, AI 데이터센터도 모두 멈춘다.

 

6. 리스크와 대응

TSMC는 2024년 연차보고서에서 명시했다.

“We face geopolitical, supply chain, and cost challenges, but our strategy is to diversify geographically while maintaining R&D leadership.”
(“우리는 지정학적, 공급망, 그리고 비용 측면의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전략은 연구개발(R&D)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지리적으로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자각이다.
TSMC는 미국, 일본, 유럽으로 생산 거점을 분산하며 ‘한 지역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블리프노트의 시선

TSMC는 칩을 설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많은 칩을 만든다. 이 회사의 진짜 기술은 ‘트랜지스터의 집적도’가 아니라, 수백 개의 고객의 기술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제조력이다.

그래서 블리프노트는 TSMC를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을 설계하지 않아도 지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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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 산업 인사이트 : AS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