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넘고, 설계를 넘어, “칩을 만드는 길”을 만들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지금 세상은 저장보다 계산이 중요해졌고, 그 계산의 중심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이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는 이 변환점에 서서 “우리도 칩을 찍는 회사가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2017년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키며 단순히 칩을 만드는 회사에서 다른 설계 회사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선택이 지금의 흐름을 만들었다.
1. 기술의 전환, 3nm GAA로 문을 열다
2022년 6월,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Gate-All-Around 구조) 양산”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었다.
“기존 5nm 대비 전력은 45% 낮추고, 성능은 23% 올리고, 면적은 16% 줄였다”
이 수치 한 줄에 담긴 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고, 덜 전력을 소비하며, 더 빠른 반응을 이끌겠다”는 뜻이었다.
이뿐 아니라, 이 기술 전환의 구조가 더 중요하다.
삼성의 GAA(MBCFET™) 구조는 트랜지스터 채널을 게이트가 사방에서 감싸는 방식이다.
이 구조 덕분에
• 제어가 더 정밀해지고
• 누설(전류가 새는 것)이 줄어들며
• 미세화의 한계를 더 밀어낼 수 있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의 GAA 전환은 “따라가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도전”이었다.
2. 기술 로드맵, 2nm, 그 이상을 향해
삼성은 멈추지 않았다. 2024년 공식 행사에서는 “SF2(2nm) 노드를 2025년 양산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게다가 “AI 시대, 고성능·저전력 반도체가 핵심이다. 우리는 그 기반을 만든다.” 라는 메시지도 함께 나왔다.
구체적으론 “SF2 기술이 SF3 대비 성능, 전력, 면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즉 삼성은 “3nm에서 승부를 보고, 2nm에서 체제를 만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3. 시장 위치, 2위이지만 도전은 1위만큼 크다
시장조사업체 TrendForce의 데이터에 따르면, 삼성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약 10%대 중반이다. 반면 TSMC는 약 60% 이상이다.
숫자로는 격차가 크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점유율이 아니라 방향이다.
삼성은 기술 구조를 바꾸며 ‘경쟁의 틈’을 만들고 있다.
“FinFET 유지 vs GAA 전환”이라는 선택지에서 삼성은 후자를 택했고, 그 과정에는 리스크도 있다. 그리고 그 리스크가 의미 있는 도전이다.
4. 공급망과 지정학, 테일러 공장과 글로벌 체인 대응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약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팹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단순히 생산을 위한 곳이 아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CHIPS Act)과 맞물린 “글로벌 공급망의 신뢰 거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공장의 인건비·설비비·지연 리스크가 존재하며, 해외에 팹을 세우는 게 단순히 확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구조 변화”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삼성은 선택했다.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 안에서만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술을 위해.
블리프노트의 시선 “도전하는 기술의 손끝”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아직 시장에서 1위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건 이런 사실이다:
“삼성은 안정이 아니라 실험을 택했다.”
구조를 바꾸는 혁신은 언제나 위험하다.
하지만 그 위험 안에 미래가 있다.
“칩 생산을 맡는 게 아니라, 칩 생산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업.”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한국의 기술 주권을 다시 쓰는 손끝이다.
기술로 세상을 새기는 손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