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거울 삼아 본 2025년 세계 경제 – 1970년대·2008년·팬데믹 이후와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다른가

2025년 경제시황 브리핑

“지금 경제가 위기냐, 회복이냐”
요즘 뉴스를 보면 같은 데이터를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이 붙는다.

그래서 이 글은 “주식이 싸다, 비싸다”가 아니라, 세계 경제 자체가 어떤 국면에 와 있는지를 과거 세 번의 큰 변곡점과 비교해서 차근히 짚어보려 한다.

 

1. 2025년, 숫자로만 보면 이런 세계

먼저, IMF·세계은행·OECD가 내놓은 가장 최근 전망부터 보자.

① 성장 : “위기는 아닌데, 확실히 예전보다 느린 세계”

  • IMF는 2024~2025년 세계 성장률을 약 3.2% 안팎으로 본다.
    2000~2019년 평균(3.7% 정도)보다 한 단계 낮다.
  • OECD도 비슷하게, 2025년 세계 GDP 증가율을 3.1~3.3% 수준의 완만한 성장으로 전망한다.
  • 세계은행은 최근 무역 갈등·관세 인상을 반영해 2025년 성장률을 2%대 초반까지 하향 조정하며 “장기적으로 둔화되는 성장”을 강조했다.

요약하면, “침체는 아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 한 단계 낮은 저속 성장의 세계”라고 정리할 수 있다.

② 물가 : 큰 불은 대부분 껐지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 2022년 3분기, 세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약 9% 중반까지 치솟으면서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 이후 금리 인상·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2024~2025년에는 3~4%대로 내려올 것으로 IMF는 본다. 선진국은 목표치(2% 언저리)에 가까워지고, 신흥국은 여전히 조금 높은 편.
  • IMF 총재도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니는 병 안으로 대부분 돌아갔지만, 완전히 봉인된 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즉, “고물가 국면은 정점에서 많이 내려왔지만, 예전처럼 물가를 잊고 살기에는 아직 이르다.”

③ 부채 : 성장보다 더 무거운 그림자

  • IMF의 Global Debt Monitor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총부채는 250조 달러, 세계 GDP의 약 237% 수준이다.
  • 이 중 공공부채(정부 부채)는 약 98조 달러, 2024년에 100조 달러를 넘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본다.
  • IMF는 “현재 계획된 재정 조정만으로는 부채를 안정시키기에 부족하다”고 경고한다.

부채는 숫자 자체보다 향후 금리·성장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부분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 중요한 포인트다.

 

2.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의 닮은 점,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

많은 보고서가 이번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면서 1970년대의 오일쇼크·스태그플레이션을 자주 소환한다.

공통점: 공급 충격 + 높은 부채

  • 1970년대에는 두 차례의 유가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렸고, 성장 둔화·실업 증가와 겹치면서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죽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이어졌다.
  • 세계은행·CEPR 분석에 따르면, 당시에도 신흥국의 부채 누증이 뒤따르며 1980년대 ‘신흥국 부채 위기’로 연결됐다.

이번에도 출발점은 비슷했다.
팬데믹·전쟁·에너지·물류 대란이라는 공급 충격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2021~2022년 물가가 급등했고, 부채도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크게 늘어 있었다.

그러나 세 가지가 결정적으로 다르다

  • 중앙은행의 학습 효과
    • 1970년대에는 정책당국이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며 대응이 늦었고, “조금 높은 물가는 괜찮다”는 인식이 강했다는 연구가 많다.
    • 이번에는 비교적 빠른 시점에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그 결과, 2년 사이에 세계 인플레이션이 절반 이하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인플레이션 기대가 아직 크게 탈선하지 않았다
    • IMF·OECD 분석에 따르면, 이번 국면에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5~10년 후 물가에 대한 시장 기대)은 대체로 2~3% 범위 안에 머물렀다.
  •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
    • 1970년대에는 강한 노조와 임금 연동 구조 때문에 물가 상승 → 임금 상승 → 다시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길게 이어졌다.
    • 지금은 노동조직률 하락, 글로벌 공급망, 자동화 등으로 임금–물가의 악순환이 과거만큼 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요약하면, “출발은 70년대와 비슷했지만, 정책 대응과 경제 구조의 차이 덕분에 완전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는 가지 않은 상태” 라고 볼 수 있다.

 

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 보면

이번 국면을 두고 “2008년 같은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하지만 IMF·세계은행 보고서들을 보면, 위기의 성격이 아예 다르다.

  • 2008년의 핵심은 ‘금융 시스템’이었다
  • 당시 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파생상품·대형 금융기관 부실이 서로 얽히며 터진 금융 시스템 붕괴형 위기였다.
  • 은행 신용이 마비되면서, 정상적인 기업·가계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실물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 지금은 “느린 성장 + 높은 부채 + 무역 갈등”의 조합
  • IMF는 2025년 성장률을 2.8% 안팎으로 낮춰 잡으면서도, 전면적인 세계 금융위기 시나리오보다는 “완만한 성장 둔화 +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에 더 초점을 둔다.
  • 세계은행과 OECD도 무역전쟁·관세·공급망 재편을 향후 성장의 가장 큰 하방 위험으로 꼽는다.

즉, 2008년처럼 “은행이 무너져서 갑자기 세상이 멈추는 위기”라기보다는, “성장은 둔한데 부채와 갈등이 누적되는, 긴 호흡의 부담” 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4. 2020년대의 새로운 변수: AI·에너지·탈세계화

과거와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이번 시기의 고유한 변수들도 있다.

① AI 투자 붐 – 또 하나의 ‘닷컴’이 될까?

  • 다양한 추정치가 있지만, 빅테크·데이터센터·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AI 관련 투자 규모가 수 조 달러 단위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 2023~2024년 AI 스타트업 투자, GPU·데이터센터 CAPEX가 과거 통신·인터넷 버블과 비슷한 궤적을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과거 닷컴과 달리 이번 투자는 클라우드·반도체·소프트웨어·서비스 전반에 걸친 인프라 투자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이 더 장기적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② 에너지·기후와 전환 비용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은 단기 급등 뒤 상당 부분 안정됐지만, 재생에너지·전기차·전력망 투자 등 구조적 전환 비용이 커지고 있다.
  • 일부 유럽 국가는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전력 시장 구조와 재정 지출을 크게 손질 중이다.

③ 탈세계화·관세 전쟁

  • OECD와 IMF는 최근 전망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 인상·무역 갈등을 성장 둔화의 핵심 요인으로 반복해서 지적한다.
  • 세계은행은 2025년 세계 교역 증가율이 2024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세 가지( AI, 에너지 전환, 탈세계화 )는 1970년대·2008년 때와는 다른, 2020년대만의 구조적 변수라고 볼 수 있다.

 

5. 그렇다면, 지금 세계 경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공식 기관들의 전망과 과거 사례를 모두 겹쳐 보면, 지금 세계는 대략 이런 모습에 가깝다.

“고물가의 큰 불은 껐지만, 성장은 예전만 못하고, 부채는 더 무겁고, 무역은 더 조각난 세계

  • 1970년대처럼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인 것도 아니고,
  • 2008년처럼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는 위기도 아니지만,
  • 그 대신 저성장·높은 부채·정치·지정학 리스크가 겹쳐 장기적으로 체력을 갉아먹는 구조다.

 

블리프노트의 시선

과거 세 번의 큰 위기에서 배울 수 있는 공통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 숫자의 레벨보다 중요한 건 방향성
    – 물가가 2%냐 3%냐보다, 내려가는 중이냐, 다시 올라갈 조짐이냐가 더 중요했다.
  • 부채는 “갑자기”가 아니라 “서서히” 문제를 만든다
    – 어느 순간 위기가 터진다 해도, 그 씨앗은 이미 전(前) 10년의 정책과 부채 누적 속에 심어져 있었다.
  • 성장은 갈수록 ‘공짜’가 아니다
    – 세계은행은 이번 10년의 잠재성장률을 수십 년 내 최저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2025년의 세계 경제를 보는 현실적인 태도는 “곧 위기가 온다”는 공포도, “AI가 다 해결해 준다”는 낙관도 아닐 것이다.

“느려지는 성장, 무거운 부채, 조각나는 세계 속에서 각 나라·가계·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게 앞으로 10년을 가르는 진짜 변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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